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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집밥과 간식 만들기

한 1년간 누리 병치레로 고생을 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딸을 위한 결정이었는데 누리한테 신경 쓰느라 오히려 애들한테 소홀해지기도 했고 혼내는 일도 생겼다. 누리가 많이 아플 때마다 답답하고 불쌍하고 맘 아파서 흘린 눈물이 바가지다. 어느 날 의사가 그랬다. 누리가 아픈 아이라는 걸 그만 인정하라고.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아 나는 누리가 아픈 게 싫어서 아프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었구나. 건강한 아이이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바람만으로 아픈 애가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독한 약을 계속 먹이는 게 힘들고 죄책감 든다고 안 먹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필요 없는 감정소비로 나도 누리도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거였다. 약으로 조절돼 보통의 일상이 가능하다면 애가 밥을 못..

누리 이야기 2022.11.13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려운 이유

미국주식이 이틀간의 큰 상승으로 거의 반토막까지 갔던 내 계좌가 -40% 정도로 돌아왔다. 플러스 30% 정도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나는 장기투자자가 될 거니까' 수익실현 '안'하고 반토막까지 가니 정말 억울하고 힘들었다. 사실 고점을 알고 매도할 능력이 없기도 했다. 아무튼 1년 전 나스닥은 16000을 찍은 후 주구장창 내려오기만 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16000일 때도 14000일 때도 10000에 가까울 때도 계속 샀다. 좀 무리해서 투자금을 늘린 감도 있지만 계속 사지 않았으면 마이너스는 더 컸을 거다. 월적립도 아니고 저점매수도 아니고 완전 무지성으로 돈 생기면 그냥 샀던 건 좀 아쉽기도 하지만 내 능력이 그 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지. 사실 장기투자만 한건 아니다. 하긴 아직 투자한 지 ..

돈 이야기 2022.11.12

우리 강아지 누리를 처음 만난 날

나는 강아지를 처음 키워본다. 누리를 품에 안기 전 내가 기억하는 한 강아지를 만져본 적 조차 없다. 언젠가 지인댁의 강아지가 내 손을 핥은 적이 있는데 얼굴에까지 알러지가 올라와 한 일주일 고생한 적이 있다. 내 인생에 강아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의사소통도 안되고 보호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존중할 수 없는 생명체와 나처럼 마음이 약하고 감정이입이 심각하게 잘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하게 같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따끈한 체온과 뱀처럼 움직이는 꼬리. 동물을 싫어하는 나로선 상상만으로도 너무 소름 끼치고 징그러웠다. 지금은 스무 살 된 아들이 아기였을 때부터 6년 터울 딸이 생긴 이후엔 둘이 같이 줄기차게 졸랐지만 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딸의 사춘기 앞에 승복..

누리 이야기 2022.11.12

밴쿠버 강아지의 흔한 아침 산책 2탄-Shoreline Trail편

오늘은 왠지 누리가 통 걸으려고 하지 않았다. 목줄을 풀어주는 순간부터 용수철 튕기듯 뛰쳐나가야 정상인데 가만히 서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너무 매일 와서 질리나 싶어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Shoreline Trail로 갔다. 가까운데도 정말 오랜만이다. 사실 이 공원은 이 근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비록 사방으로 시야가 막혀있긴 해도 간혹 바다가 그리울 때 그 마음을 달래주기엔 적당하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정착했던 곳은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동쪽으로 더 들어간 Chilliwack이라는 소도시인데 지금 사는 동네 근처에 한인타운이 있어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나올 일이 생겼었다. 그때 우연히 들렀던 이 공원을 보고 반해서 이 동네로 이사 오고 싶었다. 한인이 적은 ..

누리 이야기 2022.11.11

밴쿠버 강아지의 흔한 아침산책

진짜 진짜 한가한 캐나다 고딩 따님께선 8시 반에 겨우겨우 기상해 9시 15분까지 가는 도보 15분 거리의 학교에 걸어가기 싫어서 매일매일 창의적인 핑계를 대고 데려다 달라 데리러 오라 한다. 매번 싸우는 게 귀찮아서 웬만하면 라이드를 해주는 편이다. 많은 학교들이 바로 옆에 숲을 끼고 있어 학교 체육시간에 forest running을 하기도 한다. 딸 학교 옆에도 좋은 숲이 있다. 사이사이 오솔길이 많아서 하루종일이라도 헤맬 수 있는 그 숲을 누리와 거의 매일 아침 산책한다. 딸 내려주고 바로 가면 나처럼 아이들 내려주고 바로 오는 산책노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거의 매일 만나서 신나게 같이 노는 친구도 생겼고 무서워 피하거나 옆 샛길로 도망가게 만드는 개들도 있다. 시끄럽게 짖거나 공격적으로 달려..

누리 이야기 2022.11.10

우리집 강아지 먹거리 이야기(feat. P.E.L)

누리는 장이 약해 병원을 자주 드나들면서 소화가 쉬운 닭죽을 먹여보라 자주 권유받았었다. 원래는 식탐이 왕성하고 하루종일 배고파하는 아이인데 아플 때면 식사조차 거부하고 구토와 설사로 힘들어했다. 유산균은 기본, 설사를 잡아준다는 호박 가루, 클레이 가루, 숯가루 등 민간요법에다 구토억제제, 제산제, 위장보호제, 지사제, 항생제, 항염증제, 췌장효소 등등 먹어야 할 약들이 점점 추가되고, 먹는 누리는 물론 억지로 먹여야 하는 나에게도 눈물 꽤나 쏙 빼는 너무나도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엔 아플 때만 죽을 끓여 먹이다가 멀쩡한 날이 드물어지자 아예 집밥으로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다. 책도 몇 권 사서 읽고 유튜브도 많이 보면서 열심히 만들어 먹였지만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누리 이야기 2022.11.09

캐나다 써머타임 Daylight Saving 그 귀찮음에 대하여

어제부로 서머타임이 끝났다. 올 3월 13일에 빼앗긴 1시간을 11월 6일에야 돌려받았다. 평일에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부작용들을 고려해 3월 둘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새벽 2시에 시간이 바뀐다. 즉 시작할 때는 새벽 2시가 새벽 3시로, 끝날 때는 2시가 1시로 조정된다. 어제 하루,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지고 밤에 조금 피곤했지만 한 시간이 늦어지는 건 적응이 쉬운 편이다. 인간의 생체 시간이 24시간보다 살짝 길어서 한 시간 늦게 일어나는 건 자연스럽게 가능하지만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하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강아지 누리는 나보다 조금 더 힘든 것 같다. 누리는 하루 세끼를 8시, 2시, 8시에 먹..

밴쿠버 이야기 2022.11.08

첫눈 오는 날

Day light saving(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다. 5시쯤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창밖이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일어나기엔 너무 일러서 뒤척대다 비몽사몽 자다 깨다 하다가 창밖이 훤하게 밝았길래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 이상하다 뭐지 갸우뚱하다가 Day light saving이 끝나서 간밤에 1시간 되돌아갔음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웬만하면 빼놓지 않는 스트레칭을 서둘러하고 누리를 깨우러 내려왔다. 작은 뒷마당 쪽 문을 열어주니 누리가 작은 일을 해결하고 들어온다. 늘 그렇듯 간식을 줬는데 이런.. 거부한다. 난 또 가슴이 쿵.. 또 아픈가. 1시간 늦었다고 속이 또 안 좋은가. 후다닥 아침밥을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 Gut sooth 한 스푼과 스포츠리서치 오메가 3 한 알을 첨가해 준다. ..

잡다한 이야기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