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첫눈 오는 날

예쁜누리 2022. 11. 7. 12:41

Day light saving(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다. 5시쯤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창밖이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일어나기엔 너무 일러서 뒤척대다 비몽사몽 자다 깨다 하다가 창밖이 훤하게 밝았길래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 이상하다 뭐지 갸우뚱하다가 Day light saving이 끝나서 간밤에 1시간 되돌아갔음이 떠올랐다.
매일 아침 웬만하면 빼놓지 않는 스트레칭을 서둘러하고 누리를 깨우러 내려왔다. 작은 뒷마당 쪽 문을 열어주니 누리가 작은 일을 해결하고 들어온다. 늘 그렇듯 간식을 줬는데 이런.. 거부한다. 난 또 가슴이 쿵.. 또 아픈가. 1시간 늦었다고 속이 또 안 좋은가. 후다닥 아침밥을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 Gut sooth 한 스푼과 스포츠리서치 오메가 3 한 알을 첨가해 준다. 다행히 밥은 잘 먹어준다.
누리는 장이 안 좋은 아이다. 우리 집에 처음 왔던 9주 차부터 이유 없는 설사와 구토, 식사거부로 병원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1차 의료기관에서 가능한 모든 검사를 순차적으로 하면서 독한 약들을 달고 살았지만 썩 좋아지지도 않았고 명확한 진단을 받지도 못했다. IBD(imflammatory bowel desease)가 의심된다는데 딱히 치료방법을 제시받지도 못했다. 이 부분은 차차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무튼 1년여간의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집밥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고 (이 부분도 차차 다른 글에서 써보기로 하고) 다행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기복이 있어서 종종 힘들다.

밤새 비가 오더니 슬슬 눈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무섭게 쌓이기 시작한다. 내가 사는 산동네는 저 아랫동네보다 기온이 3도 정도 낮아서 아랫동네에 비가 와도 우리 동네는 눈이 온다. 어쩌다 눈이 많이 오면 학교도 문을 닫고 길에 차를 버리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아들은 피티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운전을 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데 한창 자신감이 충만해서 터프하게 운전하는 게 멋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 좀 걱정이 된다. 운동 후에는 뉴웨스트민스터에도 가야 한단다.
딸은 친구 생일 파티에 간다는데 주소를 보니 밴쿠버 45분 거리다. 차가 한대라 아들과 공유를 해야 해서 아이들 스케줄을 이리저리 맞추는 게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매일 쓰는 것도 아닌데 차를 한대 더 사기도 그렇다.
30분 지각해서 딸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집에 오니 아들은 나가고 없다. 누리가 아픈 아이다 보니 웬만해선 혼자 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간혹 이렇게 공백이 생긴다. 혼자 둔 게 미안해서 슬러쉬가 돼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산책도 다녀왔다.
예보와는 달리 아직은 큰 눈이 올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8시쯤 딸을 픽업하고 누리 저녁밥을 먹이고, 1시간을 벌어서 그런가 유독 길었던 것 같은 일요일 하루를 언젠가부터 일요일 예배 대신 루틴이 된 더탐사 나깨좋(https://youtu.be/JUE4 EYHedok) 시청과 함께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 공간은 이런 식으로 써질 것 같다. 누리와 같이 사는 이야기, 밴쿠버나 캐나다 이야기, 소소하게 미국주식하는 이야기, 특별한 직업도 재주도 없이 기러기로 살아가는 이야기. 블로그를 권하는 사람들의 조언과는 달리 전문성은 없고 꽤나 잡다한 이야기가 될 듯하다. 어쨌든 시작을 했고, 어떻게든 채워나가 보자. 될 수 있으면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