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이 이틀간의 큰 상승으로 거의 반토막까지 갔던 내 계좌가 -40% 정도로 돌아왔다. 플러스 30% 정도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나는 장기투자자가 될 거니까' 수익실현 '안'하고 반토막까지 가니 정말 억울하고 힘들었다. 사실 고점을 알고 매도할 능력이 없기도 했다.
아무튼 1년 전 나스닥은 16000을 찍은 후 주구장창 내려오기만 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16000일 때도 14000일 때도 10000에 가까울 때도 계속 샀다. 좀 무리해서 투자금을 늘린 감도 있지만 계속 사지 않았으면 마이너스는 더 컸을 거다. 월적립도 아니고 저점매수도 아니고 완전 무지성으로 돈 생기면 그냥 샀던 건 좀 아쉽기도 하지만 내 능력이 그 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지.
사실 장기투자만 한건 아니다. 하긴 아직 투자한 지 1년 반 정도이니 장기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팔 생각이 없으니. 투자 초반 많은 유튜브를 보면서 당시 유행하던 돈언니 캐시우드의 etf들이나 SPAC 주식들, 로블락스 같은 고속성장주나 아마존, 구글 같은 대형주들도 샀다가 손절하기도 했다. 더 좋은 종목으로 결국은 기회비용 대비 큰 수익을 내야 한다는 구실을 붙여 매도를 결정하고도 손실을 확정하는 게 무서워서 망설이는 동안 손실금은 점점 커졌었다.
한 1년 정도의 이런 뻘짓 끝에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는데, 이것도 어느 정도 복구하고 나면 대부분 정리하고 테슬라, TQQQ, UPRO, SOXL 정도만 가져갈 생각이다.




미국주식에 투자를 한다는 건 결국 미국시장이 우상향 한다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이 위협적으로 성장하긴 했어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등등 우리가 알만한 어마어마한 회사들만 봐도 미국이 경제의 패권을 잃을 일은 없어 보인다.
다만 내가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력이 없어 강력한 믿음을 가질 수 없다 보니 지수 etf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고 지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가는 과정에 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집에서 유튜브를 주구장창 보게 됐었다. 당시 미증시는 코로나 저점을 찍고 돈 풀기 정책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전고점을 회복하고 아무거나 사기만 하면 쭉쭉 올라가는 미친 상승기를 맞았었다.
이런 분위기에 주식유튜버들도 쏟아져 나왔고 테슬라로 몇 배를 번 사람들, 투자금이 100억이 넘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았고 FOMO(Fear of Missing Out)에 시달리며 부랴부랴 Questrade와 Wealth simple에 계좌를 만들게 된다.
아무거나 사도 쭉쭉 올랐다는 이 시기에도 내 계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했다. 고점이라 생각해 팔고 나면 더 올라버려 뒤늦게 다시 사기도 하고, 10% 하락에 무서워 손절 쳤더니 팔자마자 떡상을 하기도 하고, 테슬라의 경우 100% 가까운 수익에서도 안 팔았는데 결국 현재 -20%다.
이 모든 게 수업료라고 마음먹어도 -7만 불은 그냥 사이버머니일 뿐이라고 위안해도 속이 쓰리고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주식으로 돈 벌기가 어려운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반토막을 겪은 후 겨우겨우 본전을 찾게 됐을 때 얼마나 팔고 싶을까. 내가 안 팔고 견딜 수 있을까. 적어도 10년은 가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말이 10년이지 그동안의 마음고생들을 생각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내게 고점에 팔고 저점에 다시 살 능력은 없다. 그동안의 역사를 보니 그래도 10년 정도 장기로 보유하면 반드시 성공해 왔다.
당장 써야 할 돈도 아니면서 사실 마이너스를 계속 보고 있는 건 초조하다. 차라리 안 보는 게 속편 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조언처럼 10년 잠은 못 자도 요즘은 거의 계좌확인을 안 하고 있다.
10년 잘 참아보자. 한국에서 혼자 돈 버느라 애쓰는 남편. 내가 10년 후에 꼭 호강시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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