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이야기

캐나다 써머타임 Daylight Saving 그 귀찮음에 대하여

예쁜누리 2022. 11. 8. 16:27

어제부로 서머타임이 끝났다. 올 3월 13일에 빼앗긴 1시간을 11월 6일에야 돌려받았다. 평일에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부작용들을 고려해 3월 둘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새벽 2시에 시간이 바뀐다. 즉 시작할 때는 새벽 2시가 새벽 3시로, 끝날 때는 2시가 1시로 조정된다.
어제 하루,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지고 밤에 조금 피곤했지만 한 시간이 늦어지는 건 적응이 쉬운 편이다. 인간의 생체 시간이 24시간보다 살짝 길어서 한 시간 늦게 일어나는 건 자연스럽게 가능하지만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하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강아지 누리는 나보다 조금 더 힘든 것 같다. 누리는 하루 세끼를 8시, 2시, 8시에 먹는다. 어제오늘 1시, 7시쯤에 왜 밥을 안 줄까 갸우뚱하더니 하우스에 들어가 앉기도 한다.(식사 준비 하는 동안 하우스에서 기다리게 훈련했다) 진짜 배꼽시계라도 있는 모양이다. 밥 먹곤 꾸벅꾸벅 존다.
집안의 벽시계와 전자레인지, 오븐, 밥슽, 자동차의 시계까지 모두 조정한다. 왜 귀찮은 일은 자주 돌아오는 느낌인 건지.
서머타임이 시작될 때는 좀 더 애를 먹는다. 가뜩이나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힘이 들어 아침마다 눈 감고 엄마 손에 이끌려 화장실에 들어가는 우리 딸에겐 쥐약이다. 밤마다 휴대폰 보느라 취침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데 한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 귀찮은 일을 왜 1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적응해야 하는 걸까.
특히 어린아이들과 어르신들껜 매일의 루틴에서 한 시간이 조정되는 것이 신체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한다. 시간에 민감한 산업군들이나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주의력 부족으로 크고 작은 번거로운 사고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되고 해제할 즈음이 되면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뉴스들이 여기저기서 오르내리곤 했는데 언제나 이 귀찮음이 끝날지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BC주는 1년 내내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하고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사실 그냥 서머타임이 없어지길 바랐는데 영구히 서머타임을 적용한다니. 1시간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일인데 아까워서 어쩔까. 낮이 가장 긴 하지 즈음엔 밤 10시 넘어서까지 하늘이 환하다. 암튼 시행이 되고 나면 일 년에 두 번씩 시간을 조정하고 적응하는 수고로움이 줄어드는 대신 겨울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아침시간이 무척이나 어두워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