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이야기 32

비오는 주말 아침엔 늦잠 좀 자고 싶지만... Coquitlam River Trail

정말 일어나기 싫은 흐린 토요일 아침. 어제부터 편두통이 계속 있다. 그래도 개딸 아침밥 주러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뭘 줘도 싹싹 맛있게 먹어주는 착한 누리. 50개의 전신운동 동작들을 40초 운동 20초 휴식으로 만들어 공복 운동을 마치고 프로틴 셰이크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항상 초코맛을 사다가 이번엔 바닐라맛을 샀는데 특유의 프로틴 향이 덜나서 마시기 괜찮다. 토요일 아침은 딸 요가 가는 날. 여름 방학에 하도 운동을 안 해서 요가 40회를 구매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하니 아직도 많이 남았다. 나도 같이 하면 좋겠는데 요가는 역 자세가 많아 이석증 발병 이후로 어지러워서 못하고 있다. 화요일 저녁에 해먹에 매달려서 하는 에어리얼 요가, 오늘은 필라테스를 접목해 근육운동이 좀 더 되는 필..

밴쿠버 이야기 2022.12.11

밴쿠버 살기 - 귀찮은 숙제 쓰레기 버리기

오늘은 내가 사는 동네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이번 주는 재활용 쓰레기와 Organic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Organic은 음식물과 정원 쓰레기를 포함한다. Organic은 매주 수거하지만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는 격주로, 유리병은 한 달에 한번 수거해간다. 쓰레기통은 시에서 제공해주는 규격 쓰레기통이 있는데 유료다. 간혹 쓰레기 양이 많아서 옆에 따로 모아서 내놓는 사람들도 있는데 절대 안 가져간다. 그래서 꾹꾹 눌러 내놓거나 다음 수거일까지 집안에 보관하거나 매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콘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버리기도 한다. 내놓을 때도 주의해야 하는데 쓰레기통 사이 간격이 없이 딱 붙여놓으면 쓰레기차 로봇 손이 집어 들기 불편해서 안 가져가기도 하고 분류에 맞지 않는 쓰레기가 들어있을 경우 경고..

밴쿠버 이야기 2022.12.08

밴쿠버 인근 도시 - 칠리왁 Chilliwack

10년 전 처음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은 곳이 칠리왁이다. 한국인이 없으면서 밴쿠버에서 너무 멀지 않고 기반 시설이 충분한 곳을 찾다 보니 칠리왁이 딱 마지노선이었다. 이 철없던 생각은 3년 반을 살면서 완전히 깨졌는데 일단 한인마트나 여러 가지 한인 관련 볼일이 꼭 한 달에 한두 번은 생겨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게 불편했다. 또 한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 내가 가깝게 지낼 지인들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이들 또래 친구 사귀기가 어려웠다. 클래스에 한국 아이들이 없는 경우는 물론 같은 학년에 한 명도 없는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6개월 정도만에 의사소통이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됐지만 한국인 친구끼리의 끈끈한 그 뭔가를 아이들도 필요로 한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밖에는..

밴쿠버 이야기 2022.12.07

밴쿠버의 트레일 - Coquitlam Crunch

일요일 하루라도 실컷 늦잠 자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누리가 우리 집에 온 뒤로 그저 바람일 뿐이다. 배꼽시계가 워낙 정확하셔서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공복토를 하시니 일주일 내내 같은 시간에 아침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늘 피곤한 기분이긴 해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게 실제로 나의 몸엔 더 바람직할 거다. 아침을 주고 50개의 전신운동을 40초 운동 20초 휴식으로 끝내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아직도 꿈나라라 혼자 누리 산책에 나선다. 오늘은 그냥 동네를 크게 도는 코스다. 길이 얼어 미끄럽고 춥지만 햇빛이 쨍쨍해 기분 좋은 아침 산책 길이다. 이 코스에 코퀴틀람 크런치 일부가 포함돼 소개해본다. Coquitlam Crunch 코퀴틀람 크런치는 고압선 바로 아래의 경로를 따라가는 가파른 도심 트..

밴쿠버 이야기 2022.12.05

밴쿠버의 쇼핑몰 - 코퀴틀람 센터몰

캐나다에 온 이후 거의 룰루레몬에서 옷을 사 입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운동복이 일상복이 되다 보니 다른 매장은 갈 일이 별로 없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온라인에서 옷을 하나 샀는데 입어보니 나처럼 덩치가 큰 사람이 입기엔 너무 커 보이는 옷이라 반품하기로 결정, 집에서 5분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코퀴틀람 센터몰에 갔다. 파이널 세일 제품이라 기프트카드로 돌려받았다. 원래 반품 같은 거 잘 못하는 성격인데 캐나다에서는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고 수월하게 해 주니 크게 고민하지 않고 쇼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쇼핑몰에 오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평소보다 사람들도 훨씬 많고 크리스마스 장식들도 잘 꾸여놨다. 딸내미가 걸가이드 활동할 땐 몰 한가운데서 쿠키를 팔곤 했다. 코퀴틀람 센터몰..

밴쿠버 이야기 2022.12.04

캐나다 학교 Pro-D day

아침마다 딸내미 깨우느라 흰머리가 하나씩 는다. 9시 15분까지 학교에 가면 되니 차로 5분 거리라 트래픽을 감안하더라도 9시 5분에만 나가면 늦지 않는데 그걸 그렇게 못한다. 어제는 8시부터 깨우기 시작해 8시 40분에는 일으켜 세워 화장실에 넣어놓고 내려와 아들 아침 준비하느라 신경을 못썼는데 9시에 가보니 도로 침대에 들어가 자고 있는 거다. 휴.. 언제쯤 스스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오늘은 프로디데이라 학교에 안 간다. 아침에 깨우는 스트레스가 없어 나는 휴일이 더 좋다. 캐나다 고등학교는 사실 다닐만한 것 같다. 나라면 정말 재밌게 다닐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더더욱 수월하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아침 9시 15분에 시작해 3시 20분이면 끝난다. 숙제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B..

밴쿠버 이야기 2022.12.03

캐나다 정부가 주는 우유값으로 미국주식 투자하기-캐나다 복지 제도

캐나다에 오기 전 캐나다는 사회 복지가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극빈층이 되거나 중병에 걸려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것이다.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몇 년 된 것 같은데, 즉 한국의 젊은이들이 원래는 당연한 일이었던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거다. 그만큼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팍팍한 환경이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로 세계 평균 2.32에 한참 못 미치며 홍콩에 이어 가장 낮다. 캐나다도 1.57에 그쳐 출산을 기피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체감하는 건 좀 다른데 캐나다에 살면서 자녀가 2인 이하인 가정은 거의 보지 못했고 3명 이상인 집도 정말 많았다. 한국의 뚜..

밴쿠버 이야기 2022.12.01

밴쿠버의 트레일 - Buntzen Lake Trail

며칠간 계속 우중충하더니 오늘은 잔뜩 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길래 번전레이크로 갔다. 사실 아침에 누리가 식사 거부를 하고 변상태도 안 좋아서 또 아픈가 걱정됐지만, 밴쿠버 겨울 날씨는 좋을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에, 그리고 누리도 가장 좋아하는 트레일이라 그냥 감행. 역시 오늘도 신나게 산책했다. Buntzen Lake https://maps.app.goo.gl/ZnEZN8N1uUtWVqgd9 Anmore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Vancouver에서 동쪽으로 45분 거리에 위치한다. 동쪽엔 Eagle Ridge Mountain(1,240m), 서쪽엔 Buntzen Ridge(560m)가 있다. 인근에 Indian Arm Provincial Park와 Belcarra Regional Park가 ..

밴쿠버 이야기 2022.11.25

밴쿠버 강아지의 흔한 우중산책

어젯밤 산책할 때 별이 하나도 안보이더니 밤새, 그리고 오늘 내내 비가 쏟아졌다. 우리 누리는 까탈스러운 공주라 비가 오면 잘 안 걸으려고 한다. 비 올 때뿐 아니라 어두울 때, 너무 더울 때, 기분 안 좋을 때도 마찬가지다. 집 밖에 나가 볼일 다 보고 나면 딱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을치고 오랫동안 좋은 날씨였으니 공기도 안 좋고 비가 와야 되는 건 맞는데 비가 오면 산책하기도 불편하고 언젠가부터 내 기분도 좀 다운이 된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가 2월이었는데 정말 주야장천 비가 왔다.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좋아해서 처음엔 그럭저럭 좋았는데 한 4-5년 차쯤 되니 여름 더위가 끝나가는 9월부터 다가올 이 긴긴 우기를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 되고 우울해지곤 했다. 밴쿠버의 사람들은 딱 그 여름..

밴쿠버 이야기 2022.11.23

밴쿠버의 주택들

캐나다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그렇듯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들은 어릴 때 집을 그리면 고층 아파트 사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주로 그렸다. 높고 네모난 건물에 똑같은 창문이 주르륵 있는 모습이었다. 4살 때 캐나다로 이사 온 딸내미는 마치 우리 어릴 때와 비슷한 집의 모습을 그렸다. 산 밑에 냇물과 나무가 있고 세모지붕에 창문과 문이 달린 단독주택의 모습이다. 예전에 친구가 프랑스 아를에 놀러 갔다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이 그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다고 그랬다. 그곳에서 보니 별이 그렇게 보였단다. LA에 갔을 때 게티센터 뮤지엄에서 봤던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문구는 생각이 안 나는데 인간은 보이는 것을 보게 된다라는 글이었다. 아이들 어릴 때 이해하든 못하든 좋은 것..

밴쿠버 이야기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