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딸내미 깨우느라 흰머리가 하나씩 는다. 9시 15분까지 학교에 가면 되니 차로 5분 거리라 트래픽을 감안하더라도 9시 5분에만 나가면 늦지 않는데 그걸 그렇게 못한다. 어제는 8시부터 깨우기 시작해 8시 40분에는 일으켜 세워 화장실에 넣어놓고 내려와 아들 아침 준비하느라 신경을 못썼는데 9시에 가보니 도로 침대에 들어가 자고 있는 거다. 휴.. 언제쯤 스스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오늘은 프로디데이라 학교에 안 간다. 아침에 깨우는 스트레스가 없어 나는 휴일이 더 좋다.
캐나다 고등학교는 사실 다닐만한 것 같다. 나라면 정말 재밌게 다닐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더더욱 수월하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아침 9시 15분에 시작해 3시 20분이면 끝난다. 숙제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Block 사이 Break나 Flex, 점심시간에 충분히 할만한 정도의 양이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오늘 같은 Pro-D day가 꼭 들어있고 공휴일도 종종 있어서 지칠만하면 한 번씩 쉬는 것 같다.

여기에 두 달이 넘는 긴긴 여름방학, 2주간의 겨울방학과 봄방학. 학기 중에도 다양한 field trip이 있어 수영장, 영화관, 스케이트장에도 다니고 밴드 콘서트, 농구, 배구, 축구 등 스포츠 행사들(딸은 배구를 했는데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었다. 덕분에 마지막 블록 수업을 많이 빼먹었다), 다양한 클럽 활동도 할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또 학기마다 parents teacher conference가 있는데 이 날은 보통 오전 수업으로 끝난다. 나의 경우 처음 몇 년간 열심히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따로 부르지 않으면 안 가는 편이다. 이밖에도 눈이 아주 많이 오거나 이에 준하는 극심한 날씨에도 안전을 위해서 학교 문을 닫는다.
Pro-D Day란?
Professional Development Day의 줄임말로,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교직원 전체가 교과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교사로서의 자질을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 토론회, 세미나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기 중 한 달에 한번 정도 따로 마련된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교사들의 자기 계발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환경도 시시각각 변화하므로(특히 교과서 선택도 교사들의 재량인 경우가 많다) 항상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는데 업무시간 중에 이를 할 수 있도록 주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수업은 없지만 학교는 문을 연다. 아이들에게는 학교 쉬는 날, 유학생 엄마들에겐 비싼 학비 괜히 아까운 날, 나에겐 아침에 딸 안 깨워도 되는 날이다.
교육청에 따라 다른 날로 지정되기도 하고 학교 재량으로 추가로 더 지정될 때도 있다. 보통은 금요일이나 월요일, 연휴가 있으면 이어 붙여서 지정이 되므로 Long Weekend가 만들어진다. 다른 지역, 다른 학교는 휴일이 아니라 보통 휴일에 사람 많아서 못 갔던 핫한 장소에 가보기도 좋다. 많은 가족들이 이때 짧은 여행 계획을 세운다. 맞벌이 부부나 어린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엔 지역 Recreation Center가 이 날짜에 맞춰 개설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Pro-D Day Camp에 보내기도 한다. (어린 자녀를 보호자 없이 지속적으로 뒀을 때 아동학대나 방임 등으로 신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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