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이야기

캐나다 정부가 주는 우유값으로 미국주식 투자하기-캐나다 복지 제도

예쁜누리 2022. 12. 1. 08:56

캐나다에 오기 전 캐나다는 사회 복지가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극빈층이 되거나 중병에 걸려도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것이다.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몇 년 된 것 같은데, 즉 한국의 젊은이들이 원래는 당연한 일이었던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거다. 그만큼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팍팍한 환경이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로 세계 평균 2.32에 한참 못 미치며 홍콩에 이어 가장 낮다. 캐나다도 1.57에 그쳐 출산을 기피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체감하는 건 좀 다른데 캐나다에 살면서 자녀가 2인 이하인 가정은 거의 보지 못했고 3명 이상인 집도 정말 많았다. 한국의 뚜렷한 만혼 현상과는 달리 갓 스물에 결혼해 줄줄이 아이를 낳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
이런 현상들이 꼭 국가의 복지정책만이 유일한 변수인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초반에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일한 2년여를 제외하면 거의 무직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으로서 복지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편이다.
내가 살고 있는 BC주를 기준으로 실제로 혜택 받고 있다고 체감했던 복지제도를 몇 가지 소개해 보겠다.


CCB Canada Child Benefit
일명 우유값으로 캐나다에 세금을 납부하는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외국인도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면 체류 18개월 이후부터 받을 수 있다.
지금은 큰아이가 18세가 넘어 작은 아이 몫만 받고 있는데 매월 20일에 620불 정도가 입금된다.
처음엔 생활비와 구분하지 않고 그냥 다 써버리다가 2016년부터 아이들 교육보험(RESP)을 납입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딸에게 증여할 계좌에 매월 600불씩 미국주식을 사고 있다. 종목은 현재 UPRO, HQU.TO, SSO, TQQQ인데 2배 레버리지 종목인 HQU.TO와 SSO를 차차 정리하고 3배만 가져갈 계획이다.
적립식 투자라 분할매수의 효과가 있어서 긴 하락장에서도 -10% 정도로 선방하고 있다. 지금 딸이 14세라 앞으로 4-5년 정도 남았는데 그때까지 계속 적립해서 몇 년 묵혔다가 대학교 졸업할 즈음에 주려고 한다.

미국주식은 오늘 연준의장 파월이 급진적인 긴축은 하지않는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이후 급등했다

RESP Registered Education Saving plan
교육적금이지만 내가 불입하는 금액 외 국가가 지원해주는 금액이 있어 사회보험적 성격이 있으므로 함께 소개한다.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되며 17세 이하 자녀에게 1년 최대 500불까지 국가가 지원해 준다. 나의 경우 최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설계해 월 208불씩 납입하고 있다.
이 적금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찾을 수 있는데 부모가 넣은 원금은 부모가 찾을 수 있지만 나라에서 준 지원금은 아이의 계좌로 바로 들어간다.

MSP Medical Service Plan
많이 알려진 대로 캐나다는 무상의료다. BC주는 2019년부터 의료보험료도 무료다. 진료, 검사, 치료, 수술, 응급실 모든 게 무료다. 하지만 안과(18세 미만 연례검진과 스페셜리스트 진료는 무료), 치과, 약값은 지불해야 한다. 나의 경우엔 저소득층이라 경험해본 몇 가지의 추가혜택이 있다

  • 18세 미만 자녀 치과 치료 연간 1000불
  • 한의원 치료 연간 600불
  • 18세 미만 안경 보조금 연간 100불
  • 약값 보조 BC Fair PharmaCare plan 처방약과 처방의료기구 구입 시 소득에 따른 자기 부담금 외 금액 면제

Student Loan & Grant
큰아이가 대학교에 가면서 다들 Loan을 받는 게 이익이라길래 받았다. 학비 전액을 대출받았고 학업 중에는 이자가 붙지 않으며 초장기에 걸쳐 상환할 수 있어서 적어도 돈이 없어서 대학 못 간다는 소리가 나올 일이 없다. 추가로 부모의 소득에 따라 갚을 필요가 없는 Grant가 나오는데 아들의 경우 연간 5000불 넘게 받았었다.

이밖에 실업수당, 노령연금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아직 내가 체험해보지 못한 분야라 다음 기회에 정리해 보겠다.
아이 우유값으로 나오는 돈으로 교육적금을 붓고 미국주식투자를 할 수 있으니 더 보람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내야 하는 여러 가지 세금들이 있지만 그래도 약간 꽁돈같은 느낌이다. 당장은 월 600불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이가 사회에 나올 무렵이 되면 분명 큰 힘이 돼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