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방학이 시작됐다. 아침에 깨우는 전쟁은 당분간 휴전이다. 대신 게임과의 전쟁인가? 아니 그걸 그냥 봐 넘기는 내 인내심과의 전쟁이다.
큰 놈 작은놈 둘 다 안 건드리고 두니 12시까지 안 나온다. 그 사이 나는 일어나 누리 밥 주고 상체운동하고 나도 아침밥 먹고 환혼도 보고 재벌집 막내 손자도 봤다.
딸내미 친구 생일 파티에 데려다주고 나는 누리랑 산책 다녀왔다. 눈이 많이 올 거라더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한다. 역시나 누리가 안 걸으려고 줄을 당긴다. 혹시 몰라 평소와 반대쪽으로 걸었더니 또 잘 걷는다. 요런 게 조삼모사인 듯ㅋㅋ




딸은 방학 동안 모든 걸 중단하고 게임만 실컷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뭘 그런 계획까지 다 세우시고. 그래도 한때 바쁘게 라이드 다녔었는데.
지금은 수학, 요가, 피아노만 하고 있는 우리 딸은 그동안 어떤 액티비티들을 해왔을까?
피아노 한국의 여느 아이들처럼 대부분 피아노는 배운다. 다만 한국과 같은 학원이 없어서 개인 튜터에게 주 1-2회 배운다. 그래서 진도가 엄청나게 느리다. 우리 딸은 띄엄띄엄 한 3-4년 배웠는데 갑자기 요즘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다닌다.
그림 그림도 보통 학원보다는 개인 튜터에게 배운다. 몇 년 열심히 다녔는데 그림보다는 친구들이랑 놀려고 다닌 듯.

디지털드로잉 한동안 만화에 꽂혀서 1년 정도 배우러 다녔다
수영 칠리왁에서는 수영장이 도보거리여서 수영을 자주 다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영은 배우는 것 같다. 보통 10 레벨까지 마치고 가드 과정까지 배우는 아이들도 많다. 포트무디로 온 후로 그만두는 바람에 10까지 다 못했다

스케이트 아이스링크도 근처라 많이 다녔다. 걸음마하는 어린 아기들도 배우러 다닌다.
골프 집 앞에 골프장이 있어 구경 갔다가 우연히 알게 돼 좋은 선생님께 한동안 레슨 잘 받았다. 이주 초기라 애들이 영어를 잘 못할 때였는데 선생님이 일부러 말도 천천히 해주고 한 시간 레슨비로 2-3시간씩 필드 나가 실전으로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여름엔 다른 티칭프로 친구분들을 초청해서 골프클럽을 열어 팀을 나눠 매일 18홀 게임을 함께 돌았는데 그린피만 내면 공짜였다.

스키와 스노보드 딸내미는 4살 때 휘슬러에서 처음으로 스키를 탄 후 신동 소리를 들었는데 7살쯤부터 겁이라는 게 생기더니 갑자기 스피드를 즐기지 않게 됐다. 스키 레벨 6까지 마치고 스노보드로 바꿔서 레벨 6까지 강습받았다

아크로 딸이 워낙 재주넘기를 잘해서 본격적으로 배워보라고 아예 아크로바틱 댄스를 시켰다. 학년말엔 극장에서 유료공연을 한다

걸가이드 걸스카웃 비슷한 단체로 몇 년 재밌게 활동하다가 코로나로 온라인 집회를 하게 되자 재미가 없어져 그만뒀다. 계절마다 나들이, 캠핑 실컷 다녔다. 1년에 두 번 펀드레이징 활동으로 쿠키를 팔아야 했는데 5불짜리 60개 이상이 할당량이라 파는데 애먹었다. 이외에는 너무나 좋은 활동이었다
학교 밴드 딸은 플룻을 선택해서 잠깐 활동했는데 크리스마스 공연 한 번을 끝으로 아침 일찍 학교 가기 싫다고 그만뒀다.

학교 배구 일주일에 한 번 연습 한번 시합. 한 시즌 열심히 뛰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었다.

태권도 주 2-3회 몇 년간 다녔는데 빨간 띠까지 하고 코로나로 봉쇄됐을 때 자연스럽게 그만뒀다. 좀 아깝다.
God's Image 한인 목사님 주최로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단체인데 킨더부터 12학년까지 아이들이 모여 노래, 악기, 댄스를 연습해서 1년에 두 번 크게 공연을 연다. 수준이 상당하고 아이들이 봉사의 의미로 활동하기 때문에 다 너무 착하다. 이 또한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모일 때 중단했다.
캐나다 아이들도 이렇게 방과 후에 바쁘게 지낸다. 대부분 동네 커뮤니티센터,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하는 신체 활동들이 많다. 여기도 구몬이나 다른 학원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공부 외 활동을 많이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축구, 농구, 하키 등 팀 스포츠를 쭉 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아이는 이밖에도 방학마다 개최되는 여러 캠프들에 다양하게 참가했다. 일주일간 자고 오는 것도 있었고 매일 등 하원하는 것도 있었다. 종류도 아웃도어 캠프, 아트캠프, 성경캠프, 스키캠프, 과학캠프 등 다양했다. 알바하겠다고 베이비시터 과정과 응급처치 교육을 수료했고, 킨더 다니는 아이 리딩버디, 어른 스피킹버디 알바를 하기도 했다. 딸 친구 중엔 마트 캐셔 알바를 하는 아이도 있다.
어떨 땐 아이들이 너무 학습적으로 뒤처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을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들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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