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눈은 멈췄다. 이 정도의 눈은 역대급인 듯. 3년 전 폭설도 대단했지만 비행기가 취소되진 않았는데 어제는 버스, 스카이트레인, 페리, 항공까지 줄줄이 취소됐었다. 오늘 쓰레기 수거도 취소돼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미 재활용 쓰레기통이 꽉 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가라지 앞 드라이브웨이와 뒷마당 눈을 치우고 밤에 손목이 아파 잠을 설쳤다. 건초염이 다시 도진 듯. 매일 운동하느라 쇠질을 해도 삽질과는 다른가보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시리게 파랗고 햇빛은 쨍쨍해서 잠깐이나마 영하 10도의 추위를 잊게 했다.

어제는 집 뒷산 트레일을 살살 올라가봤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면서 무거워서 내려앉아 트레일 군데군데를 막고 있었다.



역시나 누리는 짐승이 맞았다. 나에게도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날아다닌다. 슈가파우더처럼 폴폴 날리는 눈을 헤치고 토끼처럼 뛰어다닌다. 딸과 내가 겨우겨우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기는 동안 누리는 왔다 갔다 몇 번을 왕복했다.





어제는 조금 욕심이 생겨 학교 운동장까지 가봤다. 여기저기 경사진 곳에 눈썰매 타는 꼬맹이들 천지다. 누리가 더 흥분해서 뛰어다닌다.







총 산책시간이 1시간 20분쯤 된 것 같다. 점심 먹을 시간이라 집으로 부랴부랴 돌아오던 길에 여태까지 신나게 날아다니던 누리가 갑자기 누군가가 이글루처럼 만들어놓은 눈 벙커 속으로 들어가더니 웅크리고 앉으려고 하는 거다. 어머나 얘가 왜 이러지? 영하 10도에 신발도 없이 너무나 추웠나 보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덜컥 겁이 나서 들쳐 안고 얼른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물로 씻기는데 얼음 덩어리가 온몸에 주렁주렁 달렸다.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밥 주고 계속 관찰했는데 다행히 동상이 걸리거나 아픈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집에 들어와서도 계속 작은 뒷마당과 데크에 나가려 한다.



산책하면서 강아지 배설물 자국들을 지우면서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라도 안 보고 싶어서. 눈이 워낙 많으니 발로 옆에 눈으로 살짝씩 차서 덮어준다. 너무 잘 보여서 너무 싫다. 이제 그만 다 녹아버렸으면. 금요일부터는 비로 바뀐다는데 이 많은 눈이 한꺼번에 녹으면 홍수가 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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