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일어나서 누리 밥 주고 운동하고 새해 첫날이라 습관처럼 떡국 끓여 먹고 누리 산책 시키고 씻기고 누리 점심 주고 애들 점심 주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그래도 해가 많이 길어졌다. 지겹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먼 하늘에 잔뜩 낀 구름 사이로 해도 잠깐 나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은 번전레이크에 갔었다. 비치 근처에 가니 비치타월을 몸에 두른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극곰 수영대회 같은 행사를 열었었는데 행사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호수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고 개도 많았다.
새해 첫해의 일출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새해 첫날 차가운 물에 뛰어들며 새로운 계획에 대한 각오라도 다지는걸까. 이렇게 찬물에도 뛰어드는 내가 어떤 어려운 일이라고 못하랴, 그런.
수영하는 개들이 부러운지 누리가 리쉬를 잡아끌었지만 아들이 허락하지 않아서 오늘 누리는 수영을 못했다. '쟤들도 차가워서 가기 싫은데 주인이 자기 장난감 던지니까 억지로 가는 거'라는 아들. 리쉬오프 해주면 스스로 뛰어드는 누리를 못 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그래도 새해 첫날이라고 엄마랑 번전레이크 행차해주신 아드님 심기 편하시라고 그냥 곱게 돌아왔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란다. 우리 가족 중에는 아빠가 토끼띠다. 84세. 머리는 완전 하얘서 신선 같으시다. 세월이 정말 무심하다.

외국에 사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건 바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못 뵙는 거다. 앞으로 몇 번이나 뵙게 될지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부디 두 분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시길. 올해는 꼭 한국에 가리라.
우리 딸은 평소처럼 늦잠 자고 일어나 종일 뒹굴대다가 게임하다가 늦게서야 엄마는 왜 특별한 날 특별한 계획을 안 세우냐고 핀잔이다. 좀 어이없지만 맞는 말이다. 내가 계획을 미리 세웠으면 뭔가 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언젠가부터 여행이든 뭐든 나 혼자 닦달해서 일을 벌이는 게 피곤하다. 그냥 이렇게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어제 이효리가 나오는 캐나다 체크인을 보는데 귀를 잡아끄는 노래가 나왔다. 마치 이런 나의 생활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듯했다.
안부를 묻지 않아도
너의 안부를 묻진 않아도
같은 저 하늘 아래 저기 어딘가에서
너의 나른한 오후가
흘러가고 있기를
거기에 비록 난 이제 없지만
같은 이 거리 한 편 저기 어딘가에서
너의 인생이 꼭꼭 채워지고 있기를
행복하고 행복한 기억들로만
채워져 가기를
어제 같은 오늘, 내일도 같은 마음
아무도 눈물 흘리지 않는
평온하고 평범한 사랑
네가 그렇게 원한 것
하지만 끝끝내
내가 너에게 주지 못한 것
그런 것들이 너의 오늘을
가득 채우기를
어제 같은 오늘, 내일도 같은 마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느긋하고 안전한 하루
네가 그렇게 원한 것
하지만 끝끝내
내가 너에게 주지 못한 것
그런 것들이 너의 매일을
가득 채우기를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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