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만에 애들 아빠가 밴쿠버에 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연 2회는 방문하더니 이젠 1년에 한 번도 얼굴 보기가 어렵다.
벌써 10년이다. 10년 전 패밀리데이에 캐나다에 첫발을 디뎠었다. 그땐 이렇게 오래 떨어져서 살게 될 줄 몰랐었다. 10년이 정말 후딱 가버렸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산 나도 이런데 처자식도 없이 혼자 일만 하며 보낸 10년이 얼마나 흐르는 물 같았을지는 너무나 잘 공감이 된다.
아빠 껌딱지 같던 4살 딸내미는 자기주장 강한 사춘기 고딩이 되었고, 의젓하게 엄마랑 동생을 지키겠다던 10살 아들은 성인이 되었으니 1년에 한두 번 아이들을 만난 남편은 무슨 생각으로 그 세월들을 버텨냈을까 싶다.

남편이 오는 날,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다. 하긴 우리 동네가 우중충하고 비가 와도 이 쪽으로 오다 보면 날씨가 개곤 했다. 해양성 기후라 그런지 더울 때도 덜 덥고 추울 때도 덜 추운 것 같다.

누리가 1년 만에 만난 아빠를 알아볼까? 작년에도 못 알아보고 한 이틀을 꼬리를 말고 짖어댔었다. 그전 해에 아빠랑 사랑에 빠져있다가 아빠가 떠나고 나서 식사 거부에 우울증까지 걸렸었는데도 못 알아보는 게 신기했었다.

이번에는 처음에 두세 번 짖고 냄새를 맡더니 금세 기억을 해내고는 너무나 좋아한다. 이제 완전히 아빠를 인지한 것 같다. 아빠도 너무 좋아한다. 저렇게 자기를 반겨주니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다 커버린 자식들은 데면데면하니 열광해 주는 누리가 어찌 안 예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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