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집에 온 이후 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 2019년 크리스마스에 칸쿤에 다녀온 후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맞아떨어져서 여행이 어려웠다.
-누리 사이즈가 애매해서 비행기에 태우려면 화물칸에 태워야 하고, 차로 길게 이동하는 걸 힘들어하고, 집밥을 먹고 여러 가지 보조제들을 써야 하니 어디 맡기기도 힘들었다.
-코로나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딸이 핸드폰과 컴퓨터만 끼고 있거나 친구들 만나는 걸 더 좋아할 나이가 됐다.
-아들과 딸이 서로 싫어해서 같이 여행할 엄두를 못 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나 혼자 계획하고 나 혼자 닦달해야 하는 게 이제 나도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방학이 너무너무 길었다. 이미 그 긴 여름방학을 아무 일 없이 두 번이나 그냥 흘려보냈기에 내 마음은 조금 초조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딸은 아직 엄마와 많이 다녀야 할 때인데 내가 너무 게을렀나 싶어 미안했다.
마침 "우리 여행 안 가?"냐는 딸의 말에 아들이 혼자 누리를 케어할 수 있고 나도 둘만 둬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노선으로 딸과 둘만의 1박 2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정은 보웬아일랜드-스쿼미쉬 Sea to Sky 곤돌라-조프리 레이크-휘슬러-집, 오가는 길의 동선에 맞춰 이렇게 정했지만 혼자 운전하기에 만만치 않았다.
웨스트밴쿠버 Horseshoe Bay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20분 정도만 가면 보웬아일랜드에 닿을 수 있다. 그냥 작은 섬이다. 처음엔 차를 주차해 놓고 자전거를 빌릴 생각이었는데 일렉자전거는 성인만 빌릴 수 있고 일반 자전거를 타기엔 경사가 많고 날이 너무 더워서 그냥 주요 포인트를 차로 옮겨 다녔다.

대충 둘러보고 점심 먹고 페리 터미널 근처에서 카약을 빌려 땡볕에 카약킹을 했다. 바닷물은 차가워서 그리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가는 중간 물개들이 많아 정말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었다. 파도가 일렁대니 갑자기 이석증이 도져서 오래 타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바다의 정취를 실컷 맛봤다.


어린왕자에서 여우와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대화가 나오는데, 이젠 우리 가족과 누리가 서로 길들여져서 모든 일상에서 누리를 빼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집에서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우리는 누리가 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저녁때 밥을 먹으면서 다시는 누리 떼놓고 어디 가지 말자고 얘기했다. 사실 집 근처 번전레이크에서 누리와 같이 패들링 할 때가 훨씬 재밌었고 바다의 풍광은 누리와 같이 걷던 벨카라 옆 인디언암도 못지않았다.
결국 누리 데리고 여행하려면 캠핑카만이 답인 듯.
어딜 가든 광활한 자연밖에 없는 캐나다라 캠핑을 안 하면 정말 할 일이 없다. 잠자리에 예민한 편이라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한 번도 캠핑을 해본 적도 없는데 여름만 되면 캠핑장 예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한다. 보웬아일랜드에도 30만 평 부지의 새 캠핑장이 들어선다고 하고, 캠핑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모양이다.
이젠 휴양지 리조트에서 퍼질러 노는 여행은 그저 꿈인 것일까ㅠㅠ
이 여행에서 씨투스카이 곤돌라가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겠다.
Bowen Island
https://maps.app.goo.gl/4qiuSG35u2kTwA3z9
보웬 아일랜드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그레이터 밴쿠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그레이터 밴쿠버
www.google.com
보웬 아일랜드는 메트로 밴쿠버의 일부인 섬 자치 단체로 시는 아니라 군이나 읍쯤 되는 작은 섬이다. Howe Sound에 위치한 이 섬은 폭이 약 6km(3.7마일)이고 길이가 12km(7.5마일)이며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3km(1.9마일) 떨어진 지점에 섬이 있다.
웨스트밴쿠버 Horseshoe Bay 홀슈 베이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고 주중에는 밴쿠버 다운타운 Coal Harbour에서, 주말에는 Granville Island에서 출발하는 수상 택시를 탈 수도 있다. 인구는 4천여 명. 여름 시즌 방문객이 약 1,500명. 섬의 면적은 50.12 km2(19.35sq mi).
Bowen Island에는 수많은 작은 만과 해변, 캠핑그라운드,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해안가에서는 물개와 고래를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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