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언젠가 나도 노래를 잘하게 될까?

예쁜누리 2022. 11. 29. 11:48

다음 주면 성악교실 이번 학기가 끝난다. 10번 정도의 세션을 거치면서 나의 발성은 좀 나아졌을까? 오늘 수업에서도 선생님의 밀착 교정을 받으며 이렇게 저렇게 소리를 내보다가 괜찮은 소리가 나왔을 때 '이거! 알았죠! 다르죠! 그 길로 계속!'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솔직히 나는 앞의 것과 뒤의 것의 차이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 계속 그 소리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 소리는 앞으로 위로 보내라
  • 호흡은 단전에서 꽉 잡고 있어라
  • 피치는 마스께라에 계속 유지해라
  • 목구멍은 열고 성대를 울려라

요약하자면 이 4가지가 발성의 전부라는데 앞의 3가지는 어렴풋이나마 느낌을 알겠는데 목구멍이 열리는 느낌, 성대가 울리는 느낌을 전혀 모르겠다. 입을 크게 벌리고 토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는데 오히려 그럴 때 목구멍이 꽉 막힌듯한 느낌을 받고 소리는 잘 나오질 않는다.

집에 와서 몇 번 연습을 해봤는데 어쩌다 괜찮은 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어서 선생님은 연습을 하라고 하시지만 지금 단계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으니 옆집 할아버지로부터 노래하냐는 부끄러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누리도 이상한지 내가 발성연습만 하면 미쳐 날뛴다. 간혹 혼자서 운전할 때 연습을 하면 신호등 걸릴 때 주위 차들이 쳐다봐서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 나는 뭔가를 못하는 걸 싫어한다. 차라리 안 하고 만다. 중학교 1학년때 친구들이랑 롤러스케이트를 갑자기 타러 가게 됐는데 1시간 내내 안 타고 앉아만 있다가 집에 와서 혼자 연습해서 잘 타게 된 후 다시 타러 간 일화도 있다.
뭔가를 배울 때 처음에 잘해서 원래 잘한다거나 타고났다거나 하는 칭찬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초보가 지나고 나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정말 잘하게 되는데 뭔가를 못하는데 큰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두게 된다.

예전에 어떤 성악가가 성악은 6개월 배워서 대학 가는 과목이라고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우고 나면 그 뒤론 그냥 노래가 된다는데, 물론 나는 6개월도 안 됐고 그것도 매일 배우는 게 아니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은 자명하다.
처음 이 클래스를 등록할 때는 잘할 때까지 해보자 했는데 10회가 끝나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ㅠㅠ 소리를 낼 때마다 지적을 받으니 어떻게 해도 다 틀린 것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오래 해왔지만 내 근육에 실제 자극이 오는 걸 느끼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그냥 해야 하니까 했다면 타겟하는 부위에 느낌이 오면서부터는 운동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성대도 근육이라 연습과 단련이 필요하고 이론을 숙지한 후라도 느낌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 상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성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악기를 다루든 초반에는 예술이라기보다는 기술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 정확한 매뉴얼과 가이드가 있으면 그만큼 베이스를 만들기가 수월할 텐데 진짜 내시경으로 내 성대를 보면서 소리를 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느낌만으로 길을 찾아가자니 오리무중, 그냥 안갯속을 헤매 다니는 것만 같다ㅠㅠ

언젠가 나도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오늘 낮 뒷산 산책. 나무뿌리가 얼기설기 드러나있다.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는걸 방지해주기도 하고 걸려 넘어지게도 한다. 누리도 흥분하고 뛰어가다가 몇번이나 걸려 폴짝 뛰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이렇게 양면이 있다. 좋기만한 일도 나쁘기만한 일도 드문것 같다. 성악 기초를 잡는게 어려운건 나에게 어떤 좋은 일로 다가오게 될까. 세상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달복달할 일도 줄어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