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성악교실 이번 학기가 끝난다. 10번 정도의 세션을 거치면서 나의 발성은 좀 나아졌을까? 오늘 수업에서도 선생님의 밀착 교정을 받으며 이렇게 저렇게 소리를 내보다가 괜찮은 소리가 나왔을 때 '이거! 알았죠! 다르죠! 그 길로 계속!'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솔직히 나는 앞의 것과 뒤의 것의 차이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 계속 그 소리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 소리는 앞으로 위로 보내라
- 호흡은 단전에서 꽉 잡고 있어라
- 피치는 마스께라에 계속 유지해라
- 목구멍은 열고 성대를 울려라
요약하자면 이 4가지가 발성의 전부라는데 앞의 3가지는 어렴풋이나마 느낌을 알겠는데 목구멍이 열리는 느낌, 성대가 울리는 느낌을 전혀 모르겠다. 입을 크게 벌리고 토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는데 오히려 그럴 때 목구멍이 꽉 막힌듯한 느낌을 받고 소리는 잘 나오질 않는다.
집에 와서 몇 번 연습을 해봤는데 어쩌다 괜찮은 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어서 선생님은 연습을 하라고 하시지만 지금 단계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으니 옆집 할아버지로부터 노래하냐는 부끄러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누리도 이상한지 내가 발성연습만 하면 미쳐 날뛴다. 간혹 혼자서 운전할 때 연습을 하면 신호등 걸릴 때 주위 차들이 쳐다봐서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 나는 뭔가를 못하는 걸 싫어한다. 차라리 안 하고 만다. 중학교 1학년때 친구들이랑 롤러스케이트를 갑자기 타러 가게 됐는데 1시간 내내 안 타고 앉아만 있다가 집에 와서 혼자 연습해서 잘 타게 된 후 다시 타러 간 일화도 있다.
뭔가를 배울 때 처음에 잘해서 원래 잘한다거나 타고났다거나 하는 칭찬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초보가 지나고 나면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정말 잘하게 되는데 뭔가를 못하는데 큰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두게 된다.
예전에 어떤 성악가가 성악은 6개월 배워서 대학 가는 과목이라고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우고 나면 그 뒤론 그냥 노래가 된다는데, 물론 나는 6개월도 안 됐고 그것도 매일 배우는 게 아니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은 자명하다.
처음 이 클래스를 등록할 때는 잘할 때까지 해보자 했는데 10회가 끝나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ㅠㅠ 소리를 낼 때마다 지적을 받으니 어떻게 해도 다 틀린 것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오래 해왔지만 내 근육에 실제 자극이 오는 걸 느끼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그냥 해야 하니까 했다면 타겟하는 부위에 느낌이 오면서부터는 운동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성대도 근육이라 연습과 단련이 필요하고 이론을 숙지한 후라도 느낌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 상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성악이든 미술이든 어떤 악기를 다루든 초반에는 예술이라기보다는 기술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 정확한 매뉴얼과 가이드가 있으면 그만큼 베이스를 만들기가 수월할 텐데 진짜 내시경으로 내 성대를 보면서 소리를 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느낌만으로 길을 찾아가자니 오리무중, 그냥 안갯속을 헤매 다니는 것만 같다ㅠㅠ
언젠가 나도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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