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동네를 가든 근처에 걸을만한 트레일이 있나 살펴본다. 내 취미 중에 하나가 지도 보기다. 관심 지점까지의 거리, 가는 길에 지나가게 되는 곳들, 근처의 맛집, 근처의 트레일, 가고 싶은 곳 등등. 아마도 내 앱 사용의 상당 시간을 구글 지도가 차지하고 있을 듯.
아무튼 저그아일랜드 트레일도 지도를 보다가 찾아냈다. 벨카라 피크닉 공원에서 남쪽으로 가면 지난번에 소개했던 Admiralty 트레일이 나오고 북쪽으로 가면 저그아일랜드 트레일이다.

가는 길은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초반에 경사가 좀 있는 지루한 길이 잠깐 있다. 비치에서 시작해 비치에서 끝나는 트레일이기 때문에 작은 산 하나를 넘는 느낌이랄까. 적당한 오르락 내리락과 넓은 길, 좁은 길, 험한 바위와 푹신한 평지까지 약 한 시간 반 재밌게 걸을 수 있다. 중반에 나무뿌리와 바위가 있는 트레일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바다와 바닷가 저택, 보트 등 절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만 오면 한강을 내려다보며 걷던 아차산과 분위기가 비슷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걷다가 마지막 내리막길을 내려와 보면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보상해 주는 듯한 멋진 Indian Arm의 풍경과 마주친다. 어디선가 요정이 뿅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아니 저그아일랜드 자체가 요정 같기도 하다. 근처에 더 작은 섬들까지 주르륵 줄지어 서있는 트롤의 머리같아서 마치 고개를 들고 일어설 것만 같다.


맞은편엔 보트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카더라) 놀스밴쿠버의 해안 주택들이 즐비하고 살짝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놀스밴쿠버의 명물 쿼리락 Quarry Rock이 보인다. 가끔 바다를 가르는 보트들이 지나가고 여름에는 헤엄쳐서 섬으로 건너가기도 한다. 벨카라 피크닉 파크에서 카약을 타고 이 비치로 와 쉬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간혹 놀스밴쿠버에서 카약을 타고 건너오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여담으로 벨카라와 놀스밴쿠버가 서로 훤히 건너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데 서로 반대해서 다리를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한가로운 동네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칠까 봐 반대하는 것이다.
성질 급한 아줌마들끼리 한국 같았으면 진작 다리 몇 개는 놨을 거라고 떠들었었다. 편리함보다 중요한 건 분명히 있다. 이들은 바로 앞에 보이는 그곳에 가기 위해 기꺼이 1시간 자동차 운전, 혹은 1시간 카약킹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Jug Island
Belcarra Regional Park의 북쪽 반도의 끝에 위치한 귀여운 섬. 신비로운 분위기의 Indian Arm이 이 섬의 배경이다. 1800년대 섬 모양이 주전자처럼 보인다고 저그아일랜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손잡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지금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벨카라 피크닉 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해 같은 길로 되돌아오는데 왕복 5.5km, 약 1시간 40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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