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3년의 1월이 거의 지나갔다. 오랜만에 해가 반짝 뜨고 시야가 탁 트인 주말이다. 곧 봄이라도 오려는 걸까? 성급한 헐벗은 나뭇가지에도 기특한 새싹들이 많이 올라왔다.
이맘때쯤부터 참기 힘든 게 점심식사 후 노곤해지는 식곤증이다. 손이 아파 밤에 통잠을 못 자게 된 이후부터 낮 2시 정도에 어김없이 졸음이 미치도록 몰려든다. 운전을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하다못해 누구와 대화 도중에도,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순간 정신이 나갈 듯 멍해지며 졸음을 참을 수 없어진다.
밤잠의 질이 더 떨어질까 봐 웬만하면 세수나 양치를 하거나 몸을 움직여서 잠을 쫓지만 가끔은 10분, 20분 정도 깜빡 조는 때도 있다. 서너 시간 이상 실컷 잔 적도 있는데 몸이 지하로 꺼져 내려가는 듯하게 자도 자도 부족한 느낌인 데다 어김없이 밤잠을 설치게돼 몸이 아플 때를 빼고는 30분 이상 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낮잠을 자는데 살짝의 죄의식이 있다. 특히 근면한 한국인들에게 낮잠=게으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잠을 줄여 일이나 공부를 하는 걸 미덕으로 여긴다.
어릴 때부터 잠이 많던 내게 엄마는 '죽어서 실컷 잘 텐데 뭐 하러 지금 시간을 낭비하냐' 그러셨다. 사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 자는 잠이 꿀처럼 달다.
10분, 20분 깜빡 졸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고 몸도 개운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길게 잘 때는 자는 당시엔 좋지만 자고 나서 오히려 몸이 찌뿌둥해지기도 한다. 경험상으로 짧은 낮잠이 컨디션 리프레쉬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낮에 잠깐 뇌를 휴식하는 것이 기억력 향상 등 뇌발달에 도움을 주고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심장마비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낮잠이 아예 문화인 나라도 있다. 남유럽의 시에스타가 대표적이다. 이는 농경사회에서 오전 일과가 끝나고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에 앞서 체력을 재보충하기 위해 시작한 문화로 보인다. 또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뙤약볕에서 일하는 것이 일사병의 위험도 높고 업무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아예 휴식시간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로 중동, 동남아, 남유럽 등 낮 기온이 높은 나라들에서 비슷한 낮잠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시에스타 Siesta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계 국가에서 주로 시행한다. 맑은 날의 비율이 높고, 특히 여름 한낮에는 40도 내외까지 올라가므로 육체노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전통이다.
포르투갈 남부 지방에서 처음 유래하여 스페인과 그리스, 남미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 시행되며, 이 시간 동안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 관공서가 문을 닫고, 이 시간에 전화를 걸거나 소음을 내는걸 비매너라고 여긴다.
시행시간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시에서 4시 사이다.
사실 낮에 졸린 건 당연하다고 한다. 생체시계상으로 낮 1시에서 3시 사이에 각성이 가장 약한 상태가 돼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졸리게 된다.
낮잠의 효과를 정리해 보자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서 수면부족으로 생길 수 있는 고혈압, 심장병, 비만, 치매, 당뇨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오전 업무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 업무효율을 향상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떻게 자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낮잠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깊은 수면까지 가지 않는 렘수면 단계에서 깨려면 15-30분 정도가 적당
-수면이 많이 부족할 땐 깊은 수면을 해도 좋지만 수면패턴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밤잠을 자기 4시간 이전에 최대 9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호르몬의 안정화를 위해 매일 같은 시간대에 자는 게 좋다
-짧은 잠이지만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잔다
-수면 후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낮잠으로 야기될 수 있는 긴장성 두통 해소 효과
-굳이 잠에 들지 않더라도 모든 일을 멈추고 편안한 자세로 휴식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약간의 죄의식과 따가운 세간의 시선과는 달리 낮잠은 좋은 점이 많다.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꿀처럼 달콤한 낮잠, 이왕이면 건강에 이롭게 잘 즐겨보자
'잡다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저림 손목터널증후군 Carpal Tunnel Syndrome (2) | 2023.02.07 |
---|---|
누리 데리고 세계일주 가능할까 (0) | 2023.02.01 |
Nature과 Nurture (0) | 2023.01.24 |
홈트레이닝 운동일지- 상체편 (0) | 2023.01.15 |
베개 없이 꿀잠 자기 (0) | 202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