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누리 데리고 세계일주 가능할까

예쁜누리 2023. 2. 1. 10:58

딸내미가 지난번 스키장 갔을 때 비 맞고 보드를 타고 와서는 이번에는 겨울이 스킵된 것 같다고 불평이더니 며칠 춥다가 밤새 또 눈이 내렸다.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긴 했었다. 하지만 지난번 그 눈폭탄을 잊다니. 사실 나는 눈도 비도 지긋지긋해서 이제 그만 봄이 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내일부터 기온이 좀 올라갈 예정이다. 다행히 눈이 더 쌓이진 않겠다. 내일부터는 2월이고, 2월은 좀 짧으니,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은 후딱 흐를 테고, 봄은 오고야 말겠지. 이렇게 1월이 가버린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어느덧 봄도 가버리겠지.

엊그제 딸과 꿈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다.
보통 한국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는데 딸은 수학을 어려워한다. 중학교까지는 흥미가 없어도 그럭저럭 수업은 따라갔는데 9학년부터는 수업 따라가는 것도 벅차해서 튜터를 시켰었다. 한 학기 튜터 받았다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 건 아니지만 정말 아무 효과가 없었다. 이제 2학기엔 수학 수업이 없으니 더 이상 튜터를 안 받겠다고 하는 걸 용돈 올려 주기로 하고 겨우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대학에서 뭘 전공하게 되든 입학을 하려면 11학년 수학까지는 필수라 수학을 놓을 수는 없다. 아들 때 보니 10학년 수학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흥미만 가지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기회가 있다고 본다.
재미있어야 잘하는 것도 맞지만 잘하면 재밌어진다. 1주일에 한 번씩 튜터 받으면서 10학년 수학 잘 준비해서 본 수업이 쉽다고 느껴질 수만 있다면 성공이다.

섭섭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는 소질과 흥미가 없는 것 같다. 내 경우 흥미는 잘 모르겠고 소질이 좀 있었다. 특히 수학은 여고에 문과라 수학 잘하는 애들이 별로 없긴 했겠지만 거의 전교 1등이었다. 공식들을 다 잊어버렸어도 유튜브 수학문제 푸는걸 가끔씩 본다. 답이 구해지는 그 명쾌한 과정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속이 시원하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 또한 아이들이 이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아주 어려워지는 단계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보통 문과인 경우 굳이 공식을 몰라도 문제를 잘 째려보면 이리저리 궁리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꽤 많은 것도 좋았다.
아무튼 따님은 대학에 가기 싫으시단다. 그래서 '대학 안 가면 RESP grant 받은 거 다 토해내야 한다' 그랬더니 아까우니까 일단은 가겠단다 휴.

딸은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고 비디오 찍어서 편집하는 일을 하고 싶단다. 지금으로 치면 딱 여행 유튜버의 삶인데 뭐가 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나는 무조건 응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건 나의 예전 꿈과 상당히 닮아있다. 결혼 전 무료한 직장 생활을 할 때 투어컨덕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여행 상품을 스스로 설계해서 여행객들을 인솔해 함께 여행을 하는 직업이었다. 여차하면 직장 때려치우고 투어컨덕터로 변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계일주라는 나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원하므로 유효하다. 딸이 대학에 가고 나면 캠핑카를 타고 누리 데리고 남편과 여행을 다닐 거다. 한 대륙씩,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예전에 칠리왁에 살 때 내 친구가 렌트해 사는 집주인이 자기 집과 모든 세간살이를 통째로 세 주고 캠핑카로 몇 년간 여행 다니는 노부부였다.
아 나도 이제 3년 반 남았다. 그날을 위해 일단 딸아. 수학을 좀 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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