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누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아기여서 계단을 올라올 수 없기도 했지만 3층 침실 출입금지, 소파에 올라오기도 금지였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다 보니 몇 권의 책과 유튜브를 보고 모든 걸 공부했다. 일단 규칙을 만들어 지키게 하는 게 강아지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건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했었다. 서열 관계를 확실히 하려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리를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부터 사람들의 공간을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 특별한 문제 행동이 없으면 어디라도 허용해도 된다는 이야기까지 천차만별의 이야기였다.
하긴 강아지도 성격이 다 제각각인데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훈련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누리에게 익숙해지고 누리도 내게 익숙해져서 서로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됐을 뿐, 다른 강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는 게 별로 없다.
누리가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누리가 가지 못하는 장소가 없어졌다. 설치해 놓은 게이트를 없앴다. 야외에 따로 집이 있다면 모를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어디는 허용하고 어디는 안 되는 게 쉽지 않았다. 침대 밑에서 순진하고 절실한 눈으로 올려달라고 하는데 그걸 외면할만한 강심장이 되지 못했다. 공간을 완전하게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대신 빨래와 청소를 좀 더 해야 하니 몸은 힘들어졌지만.
예전의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맨발로 온 동네를 누비고 2-3주에 한번 씻는 누리와 한 침대에서 같은 베개를 베고 뒹군다는 게.
처음엔 누리가 더러운 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당에 배변만 하고 들어와도 물티슈로 발을 닦고, 쫓아다니면서 방바닥을 닦고, 차에 둔 방석도 매일 빨고 교환했었다. 한 6개월쯤 되니 모든 걸 내려놓게 됐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당에 나가는 애를 붙잡고 닦이는 건 누리한테도 나한테도 못할 짓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도 누리를 씻기는 건 포기가 안 됐다. 큰아이 알러지가 누리 씻긴 지 일주일이 넘어가면 심해졌다가 씻기고 나면 하루 이틀은 멀쩡해졌다. 게다가 누리 털색이 갈수록 바래서 조금만 더러워져도 너무 티가 많이 나니 안 씻길 수가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엔 웅덩이가 많고 누리는 물과 진흙을 좋아하니 산책 한번 하고 나면 비누는 안 쓰지만 거의 샤워 수준으로 씻겨야 한다. 또 날이 추워지면 거리에 염화칼슘을 뿌리니 산책 후 발을 꼭 씻겨야 한다. 누리가 이제는 나갔다 오면 씻고 말리는 걸 당연하게 여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산책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를 나 좋자고 강아지를 학대하는 사람 취급을 한다. 강아지는 더러울수록 행복하고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고. 산책 후에는 수건으로 대충 닦아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너무 더러우면 마당에서 수도로 휙 헹궈주는 게 전부다.
자주 만나는 강아지 중에 슈나우저 왓슨은 한 달에 한번 미용실에서 목욕하고 그루밍한다고 한다. 그것도 너무 자주라고 욕먹는다고. 두 달에 한번 샵에서 그루밍하면서 목욕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서너 달에 한 번이나, 누리가 처음에 만났던 트레이너 톰은 1년에 한두 번 목욕시킨다고 했었다.
나는 요즘 기간을 3주까지 늘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젖은 음식을 먹으니 입 주변이 금세 더러워져서 너무 씻기고 싶지만 빗질해 가며 잘 참고 있다. 3주가 익숙해지면 또 늘려봐야지. 누리한테 좋다는데 내가 적응해야 맞는 것 같다. 씻기고 말리는 것 내게 참 힘든 일인데 안 씻기는게 더 힘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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