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1년 중 가장 긴 밤 - 술독에 빠지기 딱 좋은 밤

예쁜누리 2022. 12. 23. 11:19

인간의 무의식이 무섭긴 하다. 어제 갑자기 팥죽을 끓였다. 평소 팥을 좋아하기도 하고 눈 때문에 한동안 장을 못 봐 변변히 먹을 게 없기도 했다. 오늘 뉴스를 보다 동지라는 걸 알게 됐다. 아 그래서 내가 갑자기 팥죽을 끓였나 보다.

하루 지나 퉁퉁 불은 팥죽도 맛있다. 꿀과 소금 타서 맛있게 먹었다

4시부터 벌써 어둡다. 치과 갔다가 코스코 장 보고 나니 하루가 다 간 듯하다.

오늘의 결제액 $436.08. 정말 물가가 후덜덜하다ㅠㅠ

저 아래 세상은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오히려 산동네인 우리 동네는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는데 아랫동네는 가장 안쪽 차선과 바깥차선, 교차로 부근이 얼어붙어서 차들이 제 속도를 못 내고 트래픽이 장난 아니었다. 코퀴틀람 시청 앞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내 차도 한번 미~끌~했다.
치과가 있는 헨더슨몰 야외 주차장이 폐쇄돼 주차할 공간이 없어 예약 시간에 늦었다. 주차장 바닥은 차들이 묻히고 온 눈과 얼음이 슬러쉬가 돼 주차할 공간을 기다리며 배회하는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흙탕물이 튀고 차에서 내려 문까지 걸어가는데도 미끄러워서 애를 먹었다.
코스코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적은 편이었는데도 들어가고 나올 때 차들이 뒤엉키고 꽉꽉 막혀서 애를 먹었다.

해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기이한 날씨 때문에 피해가 극심한데도 이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 미흡한 듯하다.
인간의 오만함에 상처 입은 자연의 몸부림에 그 자신만만하던 인간들은 속수무책에다 미약하기 짝이 없다.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지구가 자정에 멸망이라면 지금 지구의 상태는 9시 46분까지 와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기저기서 기후의 재앙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다. 내게도 당장 와닿지 않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내 대, 내 자식 대에선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 같기도 하고, 당장 내 눈앞에 쌓인 Bill들, 매일매일 해치워야 할 집안일들에 뒤로 뒤로 밀리기만 한다.
자연을 다치게 한 내 일상 속 문명의 혜택 중 나는 무엇을 포기할 수 있나 생각해 본다.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ㅠㅠ

오늘 아침에 주가가 너무 많이 빠지길래 몇 개 줍줍하러 오랜만에 계좌를 열어봤다가 멘탈 나가는 줄 알았다. 반토막을 넘어 1/3을 향해 부지런히 가고 있는 듯하다. 오늘 시장가로 TQQQ 10개와 SOXL 4개를 샀다. 테슬라는 지정가를 걸어놨는데 거기까지는 내려가지 않았다. 어차피 추매 할 현금도 없고 진짜 당분간은 계좌 열어보는 걸 삼가야겠다. 이러다 어느 순간 멘탈 무너져 손가락 잘못 놀릴 수 있겠다 싶다.
하루하루 점점 더 극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오늘 나온 GDP와 실업급여신청건수 모두 예상치보다 좋았는데 지금은 굿뉴스는 강한 긴축의 빌미가 되고 배드뉴스는 침체의 공포로 투심을 악화시킨다. 결국 굿뉴스든 배드뉴스든 악재로 작용하는 전형적인 하락장이다.
테슬라는... 오늘도 기록적인 급락을 보여줬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숫자 8.88% 하락. 원래도 변동성이 컸지만 요즘은 3배 레버리지 TQQQ와 SOXL을 능가한다. 잇단 가격인하와 할인 행사들로 수요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한때 줄 서서 기다리던 그 인기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다행히 머스크는 이제 주식을 안 팔겠다고 또 말했지만 다들 안 믿는 분위기다.ㅠㅠ

딱 술 퍼야 할 밤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술을 못 마시는 관계로 현실은 딸과 코스코표 야쿠르트 나눠 마시는 밤.

한국 야쿠르트보다 덜 달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