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이야기

밴쿠버 강아지 흔한 동네 뒷산 산책

예쁜누리 2022. 11. 19. 10:35

11월의 중순도 거의 지나가고 있는데 평소와 다르게 날씨가 너무 좋다. 쨍하게 파란 하늘, 따땃한 햇살. 낮에 산책하기 딱 좋은 요즘이다.
대신 일교차가 커서 감기 걸리기에도 딱이다. 덕분에 요즘 학교에 선생님이고 학생이고 결석자가 역대급이라고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편이었다. 우리 세대는 아파도 학교 가서 아프라고 등 떠밀던 때인데 그 흔한 개근상을 한해도 타본 적이 없다.
요즘도 개근상이라는 게 있나? 사람이 살면서 감기 한번 안 걸릴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상이고 그 성실함과 꾸준함은 정말 존경받을만하다.
캐나다의 학교에는 개근상이라는 게 없다. 학교에 갔다가도 조금이라도 아프면 집으로 돌려보낸다. 단체를 위한 에티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선 혹시라도 불성실해 보일까 하는 걱정 없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마음 놓고 푹 쉬게 한다.
딸이 감기 걸려서 학교에 데려다줄 일이 없으니 그냥 동네 뒷산으로 아침 산책 다녀왔다.

직선 1km 정도 되는 긴 오르막길. 재미없는 길이지만 같은 길로 왕복하기 싫어서 간혹 이용한다
본격 등산 시작. 엄마는 숨이 차는데 몸이 가벼운 누리는 거의 날아다닌다
산엔 아직 눈이 남아있다
샛길마다 빠졌다 돌아오기
멀리까지 잘 보인다
동네 숲 스케일
숲은 내 세상이지
엄마는 참 느리네
나무 사이 햇살이 눈부시다
엄마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느린 엄마를 착하게 잘 기다려주는 누리. 나는 한번 왕복하지만 누리는 왔다갔다 몇번씩은 하는듯
부채같은 꼬리
기괴해 보이는 나무
유유히 산을 즐긴다
바위길도 재밌다
때론 냄새 맡느라 엄마한테 뒤쳐지기도
누리, 가을을 걷다
산에서 줏은 LOVE
어찌나 잽싼지 카메라 속도가 못쫓아간다. 냇물만 만나면 첨벙첨벙
물어뜯기 딱 좋은 나뭇가지네
물어뜯기 딱 좋은 나뭇가지가 천지네

이 뒷산에 곰도 많다. 하긴 우리 뒷마당에도 곧잘 내려온다. 곰을 몇 번 마주쳐보니 나 따위 인간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도 누리 때문에 좀 무섭기는 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천방지축 하룻강아지가 미쳐 날뛸까 봐. 내가 너무 대책 없이 다니는 건가. 그래도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