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이야기

강아지 셀프미용 도전기

예쁜누리 2022. 11. 26. 10:41

어제 번전레이크에서 수영도 하고 신나게 놀고 나서 완전 꼬질꼬질해진 누리를 그냥 씻기기만 할까 하다가 최근 털이 너무 많이 엉겨서 급 셀프미용에 도전해 봤다.(하지 말걸ㅠㅠ)

누리의 매력은 북실북실한 털이다. 목줄을 해도 긴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안으면 손이 사라진다.
처음 누리를 데려올 때 브리더가 강아지 미용 가이드 그림을 주면서 제발 푸들같이 미용하지 말라고.

저 털로 온동네 쓸고다닐듯ㅋㅋ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취향은 아니다. 눈이 안 보여 답답할 것 같아서 눈은 확실히 보이는 게 좋다. 게다가 누리는 젖은 음식을 먹으니 밥 먹을 때마다 귀털이 밥그릇에 닿고 입 주변 털이 젖어 특히 귀와 턱 쪽은 짧게 자르는 편이다.

아이들도 북실북실한 털을 좋아해 웬만하면 짧게 자르고 싶지 않지만 털이 워낙 가늘고 보드라운 솜털이라 정말 잘 꼬이고 뭉친다.
빗질은 거의 매일 하려고 노력 중인데 꼬인 털을 푸는 건 정말 내게도 누리에게도 고역이다. 또 누리는 매일 숲길을 산책하기 때문에 Curly 하고 길고 꼬인 털에 나뭇가지나 먼지들이 들러붙어 제대로 씻겨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용실에 가는데 거의 갈 때마다 Shave에 가깝게 자르게 된다.

첫 미용 직전. 북실북실 던져놓은 털뭉치
첫미용후. 완전 매끈 깔끔
던져놓은 털뭉치가 인형이 되어 나타났다
이후엔 거의 빡빡에 가깝게 잘랐다. 너무 털이 뭉쳐서 어쩔수 없다는데 털이 없으니 너무 불쌍해보인다. 다리 부러질듯

문제는 누리가 오줌을 지릴 정도로 너무너무 그루밍샵을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처음에는 그루밍샵에서 하라는 대로 두 달에 한 번씩 다니다가 점점 내가 눈 근처, 입 근처, 발바닥, 생식기 근처 등 위생미용을 중간중간 해주면서 서너 달까지 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 내가 한다고 싫어하지 않는 건 아니라 요리조리 피하고 도망 다니는 통에 가뜩이나 요령도 실력도 없다 보니 엉망진창이 되곤 한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니 좀 나아져서 풀그루밍을 언젠가 해보리라 생각만 하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드디어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도망 못다니게 샤워부스 안에서 작업중
목욕 후 다듬으려 했는데 이건 다듬어서 될 일이 아니다ㅠㅠ. 역시 전문가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완전 들쭉날쭉. 족보도 있는 오스트레일리안래브라두들이 동네 똥개로 변신

미안하다 누리야. 4달에 한번 그냥 미용실 가자. 엄마가 노력해서 5달로 늘려볼게. 어차피 스트레스받는 거 예쁘기라도 해야지. 2주 후로 바로 예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