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아기 때 처음 만났던 트레이너는 다른 강아지와 절대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좋은 습관이 잘 형성됐다는 전제하에 2살이 넘으면 문제행동이 없는 5살이 넘은 개와는 만나도 된다고 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다른 개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도 상대 오너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했었다. 같이 산책하면서 다른 개와 인사하는 걸 막지 못했다고 많이 혼났었다. 그 이유는 서로 나쁜 습관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고 개는 주인과의 교감이 충분하면 평생 친구가 필요 없다는 거다.
강아지와 만나는 거 빼고는 모든 경험을 많이 시키라고 했다. 예방접종 완료 안 했다고 집에만 있으면 사회화 안된다고 데리고 쇼핑몰도 가고 식당도 가고 어디든 데리고 다니라고 그랬다.
한번 자신이 기르고 있는 강아지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1살 반이라 아직 습관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누리와는 못 만나게 하고 사람한테만 보여줬었다.
포스가 넘치고 전문적이고 열정적이고 누리도 굉장히 잘 다뤘지만 훈육방식이 강압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과는 맞지 않아서 4회 교육을 끝으로 이 트레이너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경찰견이나 마약견 등, 일을 하게 될 강아지를 교육하는 트레이너여서 더 엄격했던 것 같다.
어쨌든 강아지에 대해 백지상태였던 내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었다. 이후에도 몇 명의 트레이너를 더 만났는데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한번 정리해 보겠다.
그래서 강아지는 친구가 필요 없을까?
누리를 데려오기 전 수없이 봤던 유튜브들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이 만나고 많이 놀게 하라고 권장했다. 길에서 서로의 허락 없이 침범하듯 다가가 냄새를 맡는 것은 옳지 않지만 서서히 예의 있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 건 좋다는 내용이 대세였다.
관건은 이 매너를 가르치고 익히는 것인데 막상 나이 어린 강아지 중에 매너 좋은 아이를 만나는 건 힘들다. 원래 가진 성향이 얌전하거나 활발하거나 거침없거나 조심스럽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듯 후다닥 튀어와 경쟁적으로 냄새를 맡고 바로 점프하며 뒤엉켜 놀려고 들었다. 누리도 매너 훈련을 많이 했지만 막상 산책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흥분해서 매너는 뒷전이고 뛰어들어 놀기 바쁘다. 간혹 전혀 관심 없어하거나 주인의 통제에 잘 따르는 아이들은 물어보면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다섯 살 넘은 애들이랑만 어울리라고 했구나 이해가 됐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강아지들의 경우 혈기왕성한 나이가 지나고 다섯, 여섯 살쯤 되면 점잖아지는 듯 하니 평소에 매너 훈련 지속하고 친구들과 적당히 놀게 하면서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면 될 것 같다.
https://youtube.com/shorts/TxMUrpubtfo?feature=share

누리의 경우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친구를 만났다. 예방접종이 끝나기 전이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병이 없는 게 확실해서 친구네 강아지 울피는 그냥 만나게 했었다. 내가 워낙 아는 게 없으니 첫날부터 이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래브라두들에 11개월 먼저 태어났지만 여전히 퍼피라 깨발랄하고 따로 훈련을 받은 적도 없어서 매너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천성이 너무나 착해서 누리에게 하다못해 자기 주인까지 양보하고도 불평도 안 하는 아이다.
그리고 타운하우스 바로 옆집에는 누리와 같은 브리더에서 데려온, 거슬러 올라가면 친척일 수도 있는, 10개월 먼저 태어난 츄이도 있었다. 좀 신경질적이라 하이피치로 짖어대서 누리가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주 만나고 어울려 놀았었다.
그리고 누리는 5남매였다. 태어나면서부터 형제들과 당연히 어울려 놀았다.
https://youtu.be/UgJd1VA9oo4

누리는 다른 강아지들한테 관심이 아주 많다. 강아지뿐 아니고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다람쥐, 새, 사슴, 토끼, 물고기들까지 우연히 만나는 동물들과 놀고 싶어서 쫓아가면 다들 도망가버린다. 간혹 새와 다람쥐가 어울려 있는 걸 보게 된다. 동물들끼리는 잘 어울려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싫어서 다들 도망가는 것 같다.
한 번은 토끼가 철조망에 걸려 있던 적이 있는데 누리와 울피가 쫓아가서는 그 앞에서 쳐다만 보고 있는 거다. 같이 놀고 싶어서 쫓아가는 거지 제압하거나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닌 게 확실하다. 토끼 비명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나는 못 만지고 친구가 잘 꺼내줬더니 휙 도망가버렸다.
사이즈가 자기보다 크고 사납게 다가오는 개를 만나면 꼬리를 말고 도망가려 하지만 사이즈가 커도 점잖은 애들한테는 놀자고 달려든다. 사이즈가 비슷하거나 더 작은 애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친구들이랑 놀 때 너무나 신나고 행복해 보인다. 물론 나와 노는걸 더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누리의 경우는 친구가 있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츄이랑 울피가 이사 가서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 매일 가는 산책 코스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친구 왓슨이 있어 다행이다. 집에 있을 땐 대부분 심심하게 누워 있으니 아이들 어릴 때처럼 모임이라도 만들어 놀게 해줘야 하나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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