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산책할 때 별이 하나도 안보이더니 밤새, 그리고 오늘 내내 비가 쏟아졌다. 우리 누리는 까탈스러운 공주라 비가 오면 잘 안 걸으려고 한다. 비 올 때뿐 아니라 어두울 때, 너무 더울 때, 기분 안 좋을 때도 마찬가지다. 집 밖에 나가 볼일 다 보고 나면 딱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을치고 오랫동안 좋은 날씨였으니 공기도 안 좋고 비가 와야 되는 건 맞는데 비가 오면 산책하기도 불편하고 언젠가부터 내 기분도 좀 다운이 된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가 2월이었는데 정말 주야장천 비가 왔다.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좋아해서 처음엔 그럭저럭 좋았는데 한 4-5년 차쯤 되니 여름 더위가 끝나가는 9월부터 다가올 이 긴긴 우기를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 되고 우울해지곤 했다. 밴쿠버의 사람들은 딱 그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