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를 처음 키워본다. 누리를 품에 안기 전 내가 기억하는 한 강아지를 만져본 적 조차 없다. 언젠가 지인댁의 강아지가 내 손을 핥은 적이 있는데 얼굴에까지 알러지가 올라와 한 일주일 고생한 적이 있다. 내 인생에 강아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의사소통도 안되고 보호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존중할 수 없는 생명체와 나처럼 마음이 약하고 감정이입이 심각하게 잘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하게 같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따끈한 체온과 뱀처럼 움직이는 꼬리. 동물을 싫어하는 나로선 상상만으로도 너무 소름 끼치고 징그러웠다. 지금은 스무 살 된 아들이 아기였을 때부터 6년 터울 딸이 생긴 이후엔 둘이 같이 줄기차게 졸랐지만 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딸의 사춘기 앞에 승복..